작가노트
나는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 소심한 아이였다.
펑펑 울던 어느 날 잠에 들었는데, 그 때 꾸었던 환상적인 숲 속의 기억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꿈 속에서는 해질녘 아름다운 빛으로 하늘이 물들어 있었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조그마한 빛에도 환해짐을 느끼면 마음의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밤이 된 정원에는 환한 보름달과 밝은 털빛을 내는 동물들, 그리고 반짝이는 꽃들과 열매들도 가득 이었고 달빛에 비춰 반짝이고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나만의 유토피아였다.
이 후 자연에 관련된 꿈을 꾸고 나면 다음 날엔 깊은 여운이 남아 마음이 따뜻해져 온기가 온종일 느껴졌다.
그 꿈을 계기로 나는 꿈 속의 유토피아 공간을 그린다.
내가 만들어낸 정원 속에는 노을 진 아름다운 하늘과 강한 생명력을 뿜는 초록빛의 식물들,
별처럼 반짝이는 꽃들 그리고 나를 위로해 줄 초식동물들이 등장한다.
토끼, 사슴, 기린, 얼룩말 등 다른 동물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공격적이지 않는
어쩌면 연약한 동물들을 나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려내며,
사랑스러운 여러 동물들은 아름다운 숲 속을 탐색한다.
짝을 이루어 서로를 위로할 때도 있고, 깊은 잠을 자기도 하며, 깊은 숲속을 유유히 사색한다.
그리고 가만히 작품을 보는 사람을 응시하기도 한다.
그 동물들은 현실에 지친 관객들을 그림 속으로 초대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두거나, 책, 의자, 음식들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어둠에서 밝음을 밝히는 순서로 표현하며, 사진을 참고하며 사실감과 더불어 뚜렷하게 표현했다.
그 이유는 상상의 공간이지만 어딘가에 실재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어린시절의 나처럼,
내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유토피아 공간에서 어떤 상처로부터 위로 받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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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된 평온한 인간을 꿈꾸는 썬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은 뗄 수 없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을 때 마다 흔들지 않는 나무처럼, 자연의 한 부분이 되고 싶어했다. 이러한 작가의 정신은 아름다운 들꽃과 싱그러운 잎사귀들로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긴다. 즉, 작품 속의 공간은 작가가 구현해 낸 유토피아 공간으로 어떠한 것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토끼,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들과 새들은 보는 이가 외롭지 않도록 친구가 되어주며 위로를 건넨다.
(오픈갤러리 큐레이터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