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상처받고 상처 주는 현대인들의 관계.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 맺는 우리의 삶에서 상처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먼저 상처를 받았거나 주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삶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자존감 안에서 당당하게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 받는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
불친절한 행동과 사소한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것은 내가 살아왓던 방식에 대한 자책이자 자기반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면 안 공간은 지금도 누군가와 관계 맺고 있는 우리 내면의 세계이다.
이 화면에는 그림자도 없고 인간 이 외에 다른 어떤 물체도 없다.
오로지 인간과 관계성만 존재하고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된 금붕인들은 이런 끔찍한 관계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을 반복적 패턴으로 보여준다.
관람자는 멀리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런 우리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다시 한번 방관자가 되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관계로 인한 상처'는 칼과 피, 혹은 폭력적인 행위로 형상화 된다.
폭력은 그 상황에 처해진 인간 자신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겠지만
자연의 눈에서 멀찍이 바라보면 아주 한심하고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멍청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금붕어는 이러한 우매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작품은 주로 멀리서 바라보는 조감도의 형식으로 표현되는데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관망하게 된다.
금붕어의 눈을 보면 마치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텅 비어있는 눈동자는 결코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다.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금붕인은 상실된 인간의 존업성을 보여준다.
이런 발상에서 시작되어 생성해낸 이미지가 바로 금붕어 대가리에 인간 몸을 지닌
'금붕인'이라는 캐릭터이다.